동계 훈련조차 못한 북한군…포탄이 사라진 전방
북한은 지난 겨울,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동계 혹한기 훈련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대한민국 군 출신이라면 누구나 알 듯, 겨울 훈련은 전방 전투력을 유지하는 핵심 훈련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생략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포가 없고, 포탄도 없기 때문이다. 각종 장사정포와 포탄이 러시아로 대량 이전되면서 북한군 전방 전력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포만 수출한 것이 아니라 탄약까지 통째로 넘긴 탓에, 전방 부대는 훈련을 할 기본 여건조차 상실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특수전 부대…공병도 빠져나갔다
포탄뿐만 아니다. 북한이 자랑해오던 특수작전부대, 이른바 ‘최정예 병력’도 다수 러시아로 파병된 상태다. 현재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북한 특수전 병력은 만 명 이상, 여기에 최근에는 공병까지 6천 명 이상 추가 파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북한 내부에는 병력 공백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투태세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무너진 심리전 방어선…확성기 방송 중단의 의미
한편, 심리전의 상징이었던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됐다. 과거 북한 병사들이 실제로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했던 전례처럼, 이 수단은 북한 내부의 동요를 유도하는 비물리적 무기였다.
하지만 접경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누적되면서 방송은 멈췄고, 이는 남북 대화 복원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북한 내부의 흔들리는 민심을 자극할 심리전 수단도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핵 보유국이라지만…재래식 전력 붕괴가 주는 위기
북한은 공식적으로 핵 전력을 갖춘 국가다. 하지만 최근 이란 사태에서 확인되었듯, ‘핵’이라는 무기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핵 없이도 정밀무기만으로 타격했고, 이 결과는 북한에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통적 전투력을 유지하지 못한 채 핵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억제력이 약하다는 교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제례식 전력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 역시, 북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정은의 외교 딜레마…러시아 의존과 미북 대화 회피
김정은은 2018~2019년 미북정상회담에서 미국에게 ‘허탈한 퇴장’을 경험한 이후, 미국 대화에 매우 소극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 수순으로 향할 경우, 북한도 외교적으로 고립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의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러시아에 올인한 북한이 이탈할 명분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마저 거부했던 북한은, 다시 돌아올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린 상황에 봉착했다.
수도권 방공망과 민방위 체계, 우리가 고민할 점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수도권 방어체계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 천궁2, 패트리어트, 향후 도입될 엘셈(L-SAM)까지 3중 미사일 방어망은 준비되고 있지만, 민간 방공호와 피난 체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은 물론, 전국적 방공호와 피난 훈련으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했던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도시 구조 자체에 방어 개념을 통합해야 할 시점이다. 벙커버스터나 고위력 폭탄에 대비한 물리적 대비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