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억 달러 규모 초대형 계약…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폴란드가 한국산 K2 전차 180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하면서, 한국 방위산업이 유럽 시장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총 67억 달러(약 9조 원) 규모로, 한국 방산 역사상 단일 최대 수출 계약이다. 현대 로템이 생산하는 K2 전차는 이미 성능과 안정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폴란드는 이를 기반으로 자국의 방어 역량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CNN은 12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폴란드는 K2 전차 180대를 포함해 80대의 지원 차량, 탄약, 군수물자, 훈련 패키지 등을 도입한다”며, 이번 계약이 단순한 장비 구매를 넘어선 전력 현대화 통합 패키지임을 강조했다. 폴란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 K2 전차 180대를 도입한 바 있으며, 이번 추가 계약으로 총 360대 규모의 K2 전차를 보유하게 된다.
러시아 국경과 맞닿은 최전선 국가의 선택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NATO의 최전선 국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는 자국 안보 위협이 급격히 커졌다고 판단하고 군 현대화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나토에 따르면 폴란드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의 2.7%였던 국방비를 2025년까지 4.7%로 증가시킬 예정이다. 이는 나토 회원국 중 국방비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공습이 폴란드 국경에서 160km 이내까지 도달한 바 있어, 폴란드는 자국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 수요가 시급한 상황이다. CNN은 “폴란드는 유럽에서 군사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 견제를 위한 1차 방어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백 메운 K-무기, 美 동맹국의 전략적 대안
이번 폴란드의 K2 추가 도입은 단순히 방위력 확보를 넘어, 미국 무기 공백을 대체할 대안으로서 한국산 무기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무기 재고가 급격히 소진되면서, 동맹국들의 대체 조달처가 필요해졌고, ‘신뢰할 수 있는 빠른 공급자’로 한국이 부상한 것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2024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선·방산 분야에서 미국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라며, “미국의 무기 체계 유지와 동맹국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K2 전차의 신속한 납기, 양산 체계, NATO 호환성 등이 폴란드와 같은 국가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 진입…폴란드가 최대 수입국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4년 발표한 무기 수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5년 동안 세계 10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이 기간 한국의 수출 중 무려 46%가 폴란드로 향했으며, 그 다음이 필리핀(14%), 인도(7%)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한국이 유럽과 아시아 양쪽에서 전략적 무기 공급국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 내에서는 폴란드 외에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체코 등이 한국산 무기에 관심을 보이며 다자 계약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방산 시장 판도 흔드는 K-전차
폴란드가 미국산 에이브럼스 전차, 독일산 레오파르트2 전차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2 전차를 추가 도입한 것은 유럽 방산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예고한다. K2 전차는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고 기동력, 화력, 디지털 통합 시스템 등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신형 ‘K2PL’ 모델은 폴란드의 요구에 따라 기본 K2보다 방어력과 자동화 수준이 향상된 맞춤형 전차로, 향후 폴란드 내 현지 생산까지 검토되고 있다.
폴란드 방위산업청은 이번 계약에 대해 “단기 전력 보강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국 방산 생태계 구축과 연계할 수 있는 기회”라며, K2 도입이 단순한 수입이 아닌 기술 협력의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K-방산, 글로벌 공급망 중심으로 도약
이번 초대형 계약은 K-방산이 이제 단순 수출국이 아닌, 글로벌 군수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전차, 자주포, 탄약뿐만 아니라 훈련 시스템, 정비 인프라, 교관 양성 프로그램까지 아우르는 종합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향후 한국 방산은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 및 NATO 국가들과의 연계 확대,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협력, 미국·유럽과의 전략적 연합 구축 등 다방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CNN은 보도 말미에서 “K-방산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무기 공급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