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공개 행사서 푸틴과 시진핑에 '수도 폭격'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각국 수도를 폭격하겠다고 경고한 발언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CNN은 현지시간 7월 8일, 트럼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육성이 담긴 녹취록을 단독 공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발언은 지난 2023년 대선 전,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열린 비공개 후원자 행사 중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 속 남성은 자신이 푸틴 대통령에게 모스크바 폭격을 언급했고, 시진핑 주석에게도 베이징 폭격을 경고했다며 이들이 받은 반응을 생생히 전달했다.
"푸틴에게 모스크바 폭격 경고…10%는 믿은 것 같아"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우크라이나로 진격하면 모스크바를 폭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이 “그럴 리 없다. 믿을 수 없다”고 반응했다고 전하면서도 “10%는 내가 진짜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푸틴과 트럼프 간 긴장 관계와 동시에, 일종의 전략적 심리전을 염두에 둔 의도였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상대 지도자들에게 위협을 가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할 수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지속해온 바 있다.
시진핑에겐 "대만 침공시 베이징 폭격" 경고
트럼프는 같은 녹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진핑에게도 푸틴에게 했던 것처럼 경고했다. 대만을 침공하면 베이징을 폭격하겠다고 했다”며 “시 주석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미중 간 대만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의 강경한 자세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에 효과가 있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CNN, 녹취록 단독 입수…정확한 시점은 불명
CNN은 해당 발언이 언제 이뤄졌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발언이 나온 비공개 행사는 트럼프가 대선을 앞두고 진행한 기부자 행사였으며,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외교 정책과 자신의 억지 전략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 파일은 트럼프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CNN은 목소리 분석과 행사 일정 등을 종합해 실제 트럼프가 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 측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해당 발언의 사실 여부와 정확한 시점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부인, 중국은 반응 없어
이번 CNN 보도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며 “요즘은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아 어떤 뉴스가 진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발언의 진위에 대해 명확히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 정국에서 터져 나온 이번 발언이 미중 외교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 막았을 것"
트럼프는 녹취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겨냥하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가자지구 전쟁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재임 당시 강경한 입장을 통해 푸틴과 시진핑을 억제했으며, 세계 질서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기존에도 푸틴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더 강력한 억제력을 가졌다고 자평해왔으며, 바이든 정부의 대응을 반복적으로 비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