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전차 미사일 개발의 서막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북한군은 소련제 T-34 전차로 남하했고, 국군은 M1 바주카와 무반동총으로 방어하는 데 그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뼈아픈 전쟁 경험은 향후 국산 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이후 한동안 미국산 토우(TOW), 러시아제 메티스-M 같은 외산 대전차 미사일에 의존했지만, 2000년대 들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방산업체들과 협력해 본격적인 자체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무기가 바로 ‘현궁’이다. ‘빛의 활’이라는 이름을 가진 현궁은 2007년 개발을 시작해 2015년 완성됐고, 2017년부터 실전 배치되며 한국형 대전차 체계의 핵심 무기로 자리잡았다.
현궁이 바꾼 한국형 대전차 방어체계
현궁은 사거리 2.5~3km, 관통력 900mm 수준의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특히 파이어 앤 포겟(Fire & Forget) 기술을 채택해 발사 후 사수가 즉시 은폐할 수 있어 생존성이 높다. 무게도 13kg으로 경량화에 성공해, 한반도처럼 산악지형이 많은 곳에서 보병이 휴대하기에 적합하다.
또 직사와 상부공격 모두 가능해 북한의 신형 전차뿐 아니라 강화된 장갑차량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낮과 밤 모두 즉시 발사가 가능하고, CCD 및 가시광선 카메라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현궁의 실전성과 전술적 유연성
현궁은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군이 운용하면서 그 성능이 국제적으로도 입증됐다. 특히 미국의 재블린보다 간단하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중 탄두를 적용해 반응장갑을 먼저 파괴하고, 그 뒤의 주 장갑을 관통할 수 있으며, 보병용뿐 아니라 전술 차량 탑재도 가능해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현궁의 실전 배치는 노후화된 외산 무기를 대체하며 한국군의 대전차 능력을 질적으로 향상시켰다.
경쟁 무기들과의 차별성
현궁과 경쟁하는 미국의 재블린, 이스라엘의 스파이크는 긴 사거리와 네트워크 기능에서 우위를 보인다. 하지만 현궁은 경량화, 운용 편의성, 경제성 면에서 경쟁 우위를 갖는다.
특히 보병이 직접 운반할 수 있는 가벼운 무게는 산지가 많은 한반도에서 전술적 유연성을 제공하며, 주야간 즉시 대응이 가능한 점은 실제 전투에서도 큰 강점이다. 1발당 가격도 약 1억 원 수준으로 재블린이나 스파이크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처럼 경제성과 실용성이 뛰어나 대량 생산 및 운용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향후 과제와 업그레이드 필요성
현궁은 실전 배치를 통해 국방 자립의 상징이 되었지만, 북한의 무기 고도화에 따라 추가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향후에는 사거리 연장, 정밀유도 성능 강화, 드론 및 차량 탑재형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AI 기술을 접목한 자동 표적 인식 및 공격 기능, 재머 대응 능력 등 미래 전장에 맞는 기술적 진화를 통해 ‘현궁 2세대’로의 발전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K-방산의 자존심으로 거듭나다
현궁은 단순한 대전차 미사일을 넘어, 대한민국이 무기 체계를 자력으로 설계하고 실전 배치에 성공한 상징적 결과물이다.
재블린이나 스파이크보다 실전 경험은 적지만, 높은 가격 대비 성능과 탄탄한 국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향후 K-방산이 국제 무기 시장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는 데 있어, 현궁은 그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