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방공진지 무인화 추진… 병력 부족 대응 본격화
육군이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공 진지의 무인화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병역 자원의 급감으로 전·후방 병력 운용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유인 진지를 무기 체계만 남긴 채 원격 통제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군은 기술 연구 용역을 통해 진지 내 병력 없이도 무기 체계가 작동하고, 자동 경보 및 대응이 가능한 새로운 방어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병력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필수적인 전력 보완책으로 해석된다.
방공진지, 병력 없이 원격 운용 체계로 전환 시도
육군은 지난 5월 ‘무인화 방공 무기 체계 기술 소요 도출’을 주제로 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으며, 6월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군은 이 연구를 통해 각 진지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고, 대신 대대급 상황실에서 방공 무기 체계를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진지 외곽에는 감지 센서와 동작 감지 기능이 탑재된 CCTV를 설치해 적의 접근을 탐지하고,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경보 발생 시 기동대응 병력이 출동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방어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GP 원격 사격 시스템 경험, 무인화 전환에 긍정 작용
군은 이미 과거 유사한 무인화 사례를 통해 효과를 입증받은 바 있다. 지난 2015년 육군은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무인 감시 카메라와 원격 조작 기관총을 도입한 바 있으며, 이는 주야간 감시 및 대응 능력에서 실효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GP 원격 사격 시스템은 감시와 방어 기능을 병행하며, 북한군의 도발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방공 진지 무인화도 당시 시스템의 발전된 버전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최신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훨씬 정밀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도 높다.
서울 방공 진지 절반 이상 무인 상태, 병력 운영 한계
현재 서울 시내에는 약 40개의 방공 진지가 존재하지만,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0여 곳은 예비 진지로 분류되어 병력이 상주하지 않는다. 실제 운용 중인 진지조차도 인력 부족이 심각해, 운전병이 방공 장비 운용을 겸하거나 취사병이 없어 도시락을 주문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기반이 되는 방공 체계의 유지 자체가 위태로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의미한다. 육군은 무인화 방식을 통해 병력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실질적인 방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비 고장·통신 장애 대응력은 무인화의 최대 변수
그러나 방공 진지의 무인화가 전적으로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장비 고장, 전파 교란, 전력 차단 등 돌발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은 무인 체계의 약점이다.
육군은 이를 고려해 각 무기 체계의 복원성 확보, 백업 시스템 구축, 통신 장애 발생 시 자율 방어 모드 전환 기능 등 다양한 보완책을 병행해 연구 중이다. 또한 진지의 민감한 작동 시스템이 외부 해킹 등에 노출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보안 체계 강화도 필수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병력 감소 가속화… 병역 구조 개편 불가피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병역 의무 대상자인 20세 남성 인구는 2020년 33만4000명에서 2024년 23만6000명으로 급감했다. 불과 5년 만에 약 10만 명이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육군을 포함한 각 군은 전방 부대 통폐합, 간부 비율 확대, 자동화 장비 도입 등 병력 구조 개편을 빠르게 추진 중이다. 방공 진지 무인화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진지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전투력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첨단 기술 기반 자주국방 구조로 전환 필요성 대두
군 안팎에서는 이러한 무인화 시도가 단순한 병력 대체를 넘어, 첨단 기술 기반의 자주국방 체계로 전환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AI 기반 자동 표적 탐지, 무인 자율 작동 포탑, 360도 감시 시스템 등이 접목된다면 방공 진지의 무인화는 단순 감시·방어를 넘어 능동적인 전장 반응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다. 육군 관계자는 “병력 감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기술로 극복하는 것이 미래 전장의 핵심”이라며 “이번 방공 진지 무인화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