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백곰’부터 시작된 한국형 미사일 개발사
한국의 지대지미사일 개발은 1970년대 ‘백곰’ 미사일에서부터 출발했다. 이는 미국의 나이키 미사일을 모방한 형태로, 본격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한국 미사일 개발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당시 미국과 맺은 한미 미사일지침으로 인해 탄두 중량과 사거리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아웅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개발이 재개되며 1987년 ‘현무-1’이 실전에 배치됐다.
점진적 지침 완화로 ‘현무 시리즈’ 대거 등장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자,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사일 사거리 및 탄두 중량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이로 인해 현무-2 시리즈가 탄생했고, 이어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현무-3이 뒤를 이었다. 2010년대에 등장한 현무-4는 탄두 중량이 대폭 강화되어 전략적 타격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들 미사일은 현재 한국군의 주요 장거리 타격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한 장사정포 대응 위해 개발된 ‘우레’ 미사일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북한의 장사정포 진지를 정밀 타격할 필요성이 제기되며 개발된 무기가 바로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일명 ‘우레’다. 이 무기는 180km의 사거리를 갖고 있으며, 북한의 지하 진지를 관통할 수 있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거리를 290km로 확장한 KTSSM-II도 개발돼 2022년부터 폴란드로 수출되고 있다.
탄두 중량 8톤…세계 최강 ‘현무-5’의 위력
한국이 가장 최근에 공개한 지대지미사일은 ‘현무-5’다. 이 미사일은 무게 8톤의 초대형 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단거리 운용 시 약 300km의 사거리를 가진다. 하지만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 미사일급 성능을 발휘해 최대 5,5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북아 전역을 넘어서 대륙간까지 타격 가능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현무-5는 북한의 지하 벙커 등 고경도 표적을 파괴하기 위한 강력한 관통력을 갖추고 있다.
벙커버스터 역할까지 수행 가능한 현무-5
현무-5는 단순한 타격용 무기를 넘어, 전략적인 벙커버스터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미국이 사용하는 GBU-57 벙커버스터와 유사한 목적을 지닌 무기지만, 항공기 투하가 아닌 지상 발사형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로 인해 북한의 핵시설이나 깊숙한 지하 벙커까지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수출에 제동 거는 ‘MTCR’과 미국의 규제
한국의 지대지미사일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지만, 수출에는 강한 제약이 따른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다. 이 체제는 사거리 300km 이상, 탄두 중량 500kg 이상인 무기 체계에 대한 국제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현무 시리즈는 이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폴란드에 수출된 KTSSM은 MTCR 기준에 맞게 조정된 모델이다.
미국의 동의 없이는 수출조차 못하는 현실
MTCR 외에도 미국의 동의 역시 필수 요소다. 한국이 개발한 미사일에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포함될 경우, 최종 수출 허가는 반드시 미국 정부를 거쳐야 한다. 폴란드에 수출된 KTSSM 역시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한 뒤 수출이 이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적 규제가 미사일 수출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한국 미사일 수출은 MTCR 및 미국 승인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