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긴장 고조 속 ‘한국 무기’ 부상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의 영유권 분쟁이 심화되면서,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한국산 무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한국이 동남아 무기 시장에서 중국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적 부담이 큰 중국 대신 정치적 중립성과 우수한 품질을 갖춘 한국산 무기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FA-50 전투기·한국산 함정 대거 도입 예정
필리핀은 대표적인 한국산 무기 수요국으로, 2014년 도입한 FA-50 초음속 경전투기 12대 외에 올해 추가로 12대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총 보유 FA-50은 24대로 늘어난다.
또한 남중국해 충돌에 대비해 2028년까지 원해경비함(OPV) 6척 등 총 12척 이상의 한국산 함정을 배치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까지 확대되는 수출
말레이시아는 2023년 FA-50 항공기 18대를 주문했으며, 인도네시아는 한국 고등훈련기 T-50을 추가 구매했고, 한국산 잠수함 3척도 운용 중이다.
베트남은 K9 자주포 20문 도입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소련 무기를 써오던 국가들까지 한국 무기로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과의 영유권 갈등이 없는 국가들도 중국산 무기를 기피하고 있다. 태국은 중국산 잠수함 계약이 독일산 엔진 수입 불가로 무산되며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이후 중국 무기 대신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이다.
우수한 품질·합리적 가격, ‘지정학적 중립’도 강점
한국산 무기는 고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빠른 공급 속도, 미국이나 중국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은 점에서 강점을 보인다.
하와이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의 라미 김 교수는 “한국 무기는 품질, 가격, 전달 효율성 모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콜린 코 연구원도 “한국은 동남아에서 위협적이지 않은 국가로 여겨지며, 역사적·정치적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문화에 대한 친숙함과 수용도가 무기 수출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중 갈등 사이 ‘정치적 리스크 적은 선택지’
한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양국과 모두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티머시 히스 연구원은 “한국과의 무기 거래는 정치적 리스크가 적다”며 “한국은 미중 경쟁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입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무기 자체의 성능은 물론, 외교적 중립성, 문화적 친숙함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산으로 갈아타는” 상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