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도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벙커버스터 공습이 있었던 지 한 달여 만에, 이란이 피해 지역 복구 작업에 착수한 정황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6월 3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CNN 등은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가 29일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을 인용해 “포르도 산악지대에 신규 도로와 중장비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이란이 공습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 장기 복구 또는 지하 연결망 확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위성사진이 보여준 ‘새 도로와 굴착 장비’
맥사가 공개한 이미지를 보면 포르도 단지 북서쪽과 남동쪽에 폭 5~6m의 신설 도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주요 타격 지점 주변에는 대형 크레인과 굴착기가 배치됐고, 모래와 자갈 더미가 형성돼 있다. 현지 출입 통제를 감안하면 이 장면은 시설 내부 공사 인력이 본격 투입됐다는 물증이라는 평가다. 조셉 S. 버뮤데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달라진 지형과 장비 배치는 폭격으로 생긴 공백을 조사하고 내부 손상을 평가하려는 초기 단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멍 깊이’ 확인할 탐사 시작…목적은 피해 진단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이 구멍 아래로 카메라나 인력을 투입해 시설 손상 범위와 관통 깊이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GBU-57 벙커버스터는 콘크리트 수십 미터를 관통해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이란이 실제 피해 정도를 파악한 뒤 핵물질·설비 재배치 또는 방호 공법 보강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B-2·GBU-57 투입 결과 놓고 ‘성공’ vs ‘경미한 손상’ 공방
지난 6월 21일 미국은 B-2 스텔스 폭격기 6대를 투입해 포르도 등 핵시설 세 곳을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농축 시설 완전 제거”라고 자평했지만, 이란 원자력기구(AEOI)는 “핵심 장비를 사전 대피시켰고 치명적 손상은 없다”고 맞섰다. 위성사진은 공습이 군사적 타격을 가했음은 사실이나, 핵 프로그램 전체를 무력화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복구냐 방호 강화냐…이란 핵프로그램의 향후 행보
미국 정보기관은 포르도 지하 시설이 여전히 고농축 우라늄 생산 잠재력을 보유한다고 평가한다. 공습 이후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손상 구역 복구, ▲현 시설 폐쇄 후 신규 부지 이동, ▲지하 깊숙이 추가 터널과 갱도를 파서 다층 방호 구조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굴착기 투입은 세 번째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적 파장과 군사적 교훈…‘지하 표적’ 대응 전략 재조명
이번 사례는 현대 공중전에서도 깊이 은폐된 핵시설 무력화가 결코 단회성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GBU-57보다 더 강력한 탄도 관통 능력 또는 극초음속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물리적 타격만으로는 핵 개발 의지를 완전히 꺾기 어렵다”며 외교적 · 검증 메커니즘 강화를 주문한다.
포르도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 위성사진이 공개될 때, 드러난 것은 메워진 구멍일지, 더 깊어진 갱도일지 주목된다.